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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5일

by 체리사랑 2020. 1. 25.

설 명절을 맞이해서 시댁에서 1박 2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어제 새벽 5시 30분에 출발해서 오전 9시 30분에 도착 떡국으로 아침을 간단히 때우고 동서와 장을 봤다.

잡채, 깻잎전, 고추전, 꼬지, 굴전, 연어 샐러드, 불고기, 갈비... 한상 차려 모두가 잘 먹고 이튿날까지 반복, 반복...

설 당일은 늦은 아침을 먹고 큰아이 고입이라 용돈 두둑히 받을 요량으로 아이가 고모를 보고 가고 싶어 해서 좀 늦은 출발을 했다. 집 근처 아웃렛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들어오니 저녁 9시 30분.

어머니랑 고스톱도 처드리고, 두 여동생까지 만나고 오니 어머님을 즐겁게 해 드린 것 같은지 남편이 콧노래를 한다.

아침상을 치운 이후 남편이 어머니 눈치를 이리저리 살피느라 시댁서 집으로 출발하는 시간이 자꾸 뒤로 밀려날수록 자꾸 억울하고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 몸종처럼 먹고 치우고 먹고 치우고, 1박 2일이 오로지 부엌데기로만 존재하니 화가 났다. 시댁 식구들의 친목을 위해 그저 몸종 노릇을 옴팡지게 해야 하는 것이 억울했다. 그러나 점점 분노 게이지가 높아지지만 한편으론 내년 이면 팔순인 어머님이 자식들을 거느리고 흡족해하시는 모습을 보면 남편을 위해, 어머니를 위해 내가 좀 도량을 넓게 가져야 하나 생각하게 된다.

남편과 주말부부가 되기 전인 최근 몇년까지 최소 16년은 1박 2일은 택도 없고 보통은 3박 4일을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 외출도 없이 삼시 세 끼에 과일에 식혜까지 짬짬이 대령하며 지냈었다. 그 세월의 억울함이 쫀쫀한 앙금처럼 찰지게 농축돼서 이젠 1박 2일에도 불끈불끈 화가 치미나 보다.

어머니도 늙어가시지만 이제 나도 늙어간다. 늙어가시는 어머니의 욕망도 이해가 되지만 내 고단함도 배려받고 싶다.

내 감정에도 정직해지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지켜야겠다.